콩밥의 능력
콩밥은 영양 만점에 맛도 좋다. 밥투정하는 어린아이 빼놓고는 많은 사람들이 콩밥을 좋아하지만 우리말 ‘콩밥’이 주는 이미지는 최악이다. ‘콩밥 먹는다’고 하면 교도소 밥을 먹는다는 뜻이니 범죄 행위를 저지른다는 말과 동의어로 쓰인다.
콩밥이 이렇게 교도소를 상징하게 된 까닭은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옛날에는 재소자에게 콩밥을 먹였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의 형무소 식단표에 따르면 재소자에게는 쌀 10%, 콩 40%, 좁쌀 50%로 지은 밥을 제공했다. 좁쌀의 비중이
조금 더 높지만 거의 콩밥에 다름 아니다.
20년이 지난 1957년에는 재소자 식사 규정에서 콩의 비중이 줄어들어 쌀 30%, 보리 50%, 콩 20%를 섞은 잡곡밥이 정량이었다.
교도소에서 콩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1986년부터로 이때부터 콩을 전혀 넣지 않고 쌀과 보리만을 섞은 보리밥이 제공되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콩의 비중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역으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콩의 비중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형무소 식단표가 공개되기 시작한 1936년 이전에는 얼마나 콩을 많이 섞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옛날 신문을 보면 감옥에서는 콩밥을 먹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1921년에는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콩밥이라도 먹게 해달라며 감옥으로 보내달라고 간청하는 절도범이 있었고, 1928년에는 남편은 징역을 살며 콩밥을 먹고 있는데 자신은 밖에서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며 콩밥만 먹고 지내는 열녀의 이야기가 실리기도 했다. 이 무렵의 콩밥은 콩의 비중이 아마 절반은 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옥에서는 왜 콩밥을 먹였을까? 예전에는 콩이 값도 쌌을 뿐만 아니라 영양도 풍부해서 재소자의 건강을 고려한 식사였을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옛날에, 그것도 일제강점기 감옥에 그렇게 인간적인 배려가 넘쳐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예전 감옥에서 콩밥을 먹인 것은 콩밥이 그야말로 형편없는 식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콩밥이 얼마나 형편없는 음식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글이 1936년 〈조선중앙일보〉에 실려 있다. 〈콩밥〉이라는 제목의 동시다.
콩밥을 보면 넌더리가 나요. 밤낮 우리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콩밥만 짓지요. ‘엄마, 나 콩밥 먹기 싫어, 쌀밥 지어, 응?’ 하고 졸랐더니 엄마는 ‘없는 집 자식이 쌀밥이 뭐냐, 어서 못 먹겠니?’ 하고 부지깽이를 들고 나오셨다.
나는 꿈쩍도 못하고 안 넘어가는 콩밥을
억지로 넘겼지요. 해마다 쌀농사는 짓는데 밤낮 왜 우리는 콩밥만 먹을까?
현대인들이 읽으면 유치하기도 하고,
쉽게 공감이 가지 않겠지만 어쨌든 콩밥에 진저리를 치는 아이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고 당시 사람들이 콩밥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분명하게 엿볼 수 있다.
콩밥이 맛있는 것은 쌀밥에 콩이 어쩌다 드문드문 심어져 있을 때다. 반대로 콩만
퍼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콩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동시의 주인공 아이처럼 콩밥을 보면 넌더리가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사람들이 콩밥을 거부감 없이 몸에 좋은 잡곡밥으로 여기게 된 것도 콩값이 쌀값보다 비싸진 최근의 일이다.
동양에서 콩밥을 싫어한 역사는 뿌리가 깊다. 기원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콩밥이라면 치를 떨었다. 천하를 놓고 유방과 다투던 항우가 군사를 이끌고 행군을 하는 도중에 날이 어두워져 진을 쳤다. 마침 날씨는 몹시 춥고 큰비가 내려 얼어 죽는 병사들이 속출했고 대다수 병사들이 배고픔에 시달렸다.
그래도 행군을 멈추지 않았던 항우였지만 흉년이 들어 민가에서 식량을 조달할 방법도 없고, 가지고 있는 군량은 다 떨어져 이제는 콩밥만으로 연명한다는 보고를 듣고는 어쩔 수 없이 철군을 결정했다. 《한서》 〈진승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군량미가 떨어져서 병사들이 콩밥을 먹었다는 것인데, 콩밥을 먹는 것 자체를 군대의 사기가 떨어져 전투를 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식량난으로 본 것이다. 콩밥은 이렇게 형편없는 식사였으니 옛날 감옥에서 왜 죄수에게 콩밥을 먹였는지
그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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